HIFICLUB, High-end Internet

2009년, 네 명의 엔지니어가 명문 골드문트를 나와 새로운 회사를 설립한다. 스위스라는 곳은 정밀 가공이 특징이라, 오디오 하면 대개 소스나 앰프쪽을 만드는 경향이 강하다. 스피커쪽에 집중한 덴마크와 그런 점에서 많이 차별화된다. 그런데 이들이 지향한 것은 스피커였다. 그것도 금속제 인클로저를 사용해서 최상의 퀄리티를 추구한 제품. 이래서 스텐하임이 창업되었고,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업계에서 인정을 받기에 이른다. 참고로 이 네 명중에 장-루프 아프레느는 CEO를 맡고, 전체 프로덕션을 총괄했다. 반면 안트완 페트로프는 R&D 중심으로 음향쪽을 전적으로 책임졌다. 이미 안트완은 골드문트 시절 텔로스 5000에도 관여한 앰프 전문가다. 그러나 스피커 역시 대단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

워낙 출중한 네 명의 모임인지라, 주변에서 많은 의뢰가 들어왔다. 덕분에 스텐하임의 개발뿐 아니라, 몇몇 회사의 앰프며 디지털 관련 기술을 컨설팅하며 회사를 운영해왔다. 바로 이들의 활동을 옆에서 지켜보는 이가 있었으니, 장-파스칼 팡샤르씨가 그 주인공이다. 

그의 이력에 대해선 별도의 인터뷰 기사로 소개한 바가 있으니, 이 부분을 참조하면 될 것이고, 어쨌든 몇 가지 변화가 벌어진 후, 스텐하임의 주인은 팡샤르씨가 맡게 된다. 그러나 오리지널 설계 팀과의 관계는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향후 개발된 제품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다고 한다. 하긴 하이엔드 업계라는 것은, 어떤 면에서 비좁은 세계이기도 하다. 어느 회사에 누가 설계자고 어떤 성향을 갖고 있으며 뭘 잘하는지 정보를 얻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당연히 친분이 있거나 하면 협력 관계로 이어지며, 공동 개발도 흔하다. 꼭 A는 A고, B는 B라는 닫힌 세계가 아닌 것이다.

이런 이력을 지녔기 때문에, 상부와 하부는 따로 분리가 가능하다. 또 상부만 갖고도 얼마든지 음악을 즐길 수 있으므로, 본 기의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일단 모니터만 구해서 듣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참고로 모니터가 커버하는 주파수 대역은 45Hz~30KHz 사이. 본 기가 30Hz까지 저역이 떨어지는 것을 감안하면, 약 15Hz 정도의 차이가 있다고 보면 된다. 물론 이것은 애호가에 따라 크게 다가오겠지만, 빠르고 기민한 북셀프를 좋아하는 분들도 적지 않으므로, 과연 2웨이냐 3웨이냐 행복한 고민에 빠져들 것도 같다.

여기서 우퍼부만 따로 놓고 보면 30Hz~45Hz 정도만 커버한다고 생각하기 쉬울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30~80Hz까지 담당한다. 그럼 일부 대역은 모니터와 겹치는데 괜찮냐 싶을 것이다. 괜찮다. 왜냐하면 100Hz 이하의 대역에선 그런 오버랩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100Hz 이상의 대역이라면 모를까. 이렇게 두 개의 박스가 하나의 스피커로 이뤄질 경우,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은 위상이다. 과연 전대역이 같은 스피드를 갖고 리스너에 다가갈까 하는 게 관건이다. 또 유닛 구성을 보면 트위터, 미드(실은 미드베이스), 우퍼 등의 메이커가 다르다. 과연 음색이란 면에서 통일성을 구축할 수 있느냐 역시 이슈가 될 수 있다.

우선 유닛 구성부터 살펴보자. 트위터는 노르웨이의 시어스(SEAS)사의 제품을 사용했다. 1인치 구경의 패브릭 돔이다. 동사의 최상위 라인업에 속한 것을 골랐다. 당연히 특주품으로, 감도가 매우 우수하다. 동사의 측정에 따르면 92dB 정도를 갖고 있다고 한다. 

이어서 미드레인지를 보면 우리에게 생소한 프랑스의 PHL사의 제품을 채용했다. 그러나 이 회사의 사장이 오닥스에서 오랜 기간 일하며 지식을 쌓았을 뿐 아니라, 프로 음향쪽에 각광받는 드라이버를 만들고 있으므로, 자연스럽게 채택이 된 것이다. 5인치 구경으로, 특이하게 진동판의 앞뒤에 모두 코팅을 실시해서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리니어리티가 좋고, 감도도 93dB에 이를 만큼 뛰어나다.  어떤 면에서 알루민 2웨이, 3웨이 모두 이 드라이버가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거의 음성 신호 전대역을 커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일종의 풀레인지에다 위 아래를 더했다고 보면 된다.

한편 우퍼의 경우 스카닝의 제품이 쓰였다. 8.5인치 구경으로 사이즈는 작지만 두 발을 채용해서 스피드와 정확함을 겨냥했다. 동사의 최고 라인업인 시퀀스 시리즈에 속한 모델인 만큼, 그 퀄리티에 대해선 두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이런 복잡한 내용을 싱글 와이어링으로 마무리했다는 것은, 크로스 오버에 대한 노하우가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바이 와이어링의 경우, 간단한 구성으로 가능하지만 싱글은 다르다. 본 기의 경우 4차 오더가 이뤄져 다소 복잡한 내용을 갖고 있다. 하지만 들어간 부품들의 내용도 상당하다. 공심 코일을 채용한 인덕터부터 M-Cap 시리즈의 콘덴서, 메탈 필름의 저항 등을 빼곡하게 집어넣었다. 여기서 동사의 독자적인 기술력이 엿보인다.

인클로저는 사진에서 보듯 알루미늄을 채용했다. 요즘 일부 회사들이 이런 금속을 이용해서 캐비넷을 만드는데, 다 이유가 있다. 바로 공진을 억제하기 위해서다. 물론 알루미늄만 쓴다고 공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물질이든 그 자체의 공명이 존재해서, 이게 어떤 식으로든 음의 왜곡에 관여한다. 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용하냐가 더 관건인 것이다.

동사는 이를 위해 알루미늄 인클로저 안에 여러 층의 공진 방지책을 마련해서, 일종의 샌드위치 구조로 마무리하고 있다. 따라서 알루미늄 자체가 갖는 일종의 링(ring) 현상을 없앴으며, 그 결과 보다 정확하고, 사실적인 음의 재현이 가능하게 되었다.

처음 스텐하임이 만들어질 때의 출사표는 세계 최고의 북셀프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 결과 모니터가 나왔고, 그것은 업계에 큰 임팩트를 줄 만큼 강한 존재감을 피력했다. 이후 우퍼부가 더해져 온전한 3웨이로 탈바꿈한 바, 매우 빠르게 우리나라에 소개된 점은 여러모로 행운이라 하겠다. 물론 이런 제품은 만드는 과정 자체가 복잡하고, 치밀한 검수가 필수라, 주문한다고 해서 빨리 배송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청회라던가 행사를 통해 본 기의 음을 들어본다면 여러 면에서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프리앰프는 B.A.T.의 VK-53SE, 파워는 CH 프리시젼의 A1 그리고 소스기는 에소테릭의 K-05를 각각 사용했다. 참고로 시청 트랙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머라이어 캐리의 젊은 시절 MTV 라이브인 는, 가수의 에너지와 박력 넘치는 악단의 백 업 그리고 호화로운 코러스의 하모니가 두루두루 엮여있다. 특히, 라이브 특유의 생동감이 넘쳐나고, 마이크를 적절하게 쓰면서 움직이는 가수의 동작까지 잘 포착해낸다. 그러나 아무리 고역을 내질러도 결코 거북스럽지 않다. 그 점에서 본 기의 세련된 보이싱이 돋보인다. 소스 자체가 갖고 있는 기백을 죽이지 않으면서 이런 세련된 음향으로 전달하는 것은, 본 기의 깊은 내공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