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처음 크레이그와 크리스티나 마인스가 윌슨 베네시(이하 WB)를 시작할 때만 해도 시장 상황이 호의적인 것은 아니었다. WB의 정확한 창립 연도는 1989년이지만, 두 사람은 이미 1980년에 시작을 한 상태다. 다만 이즈음 은행 융자를 약 2만5천 파운드 정도 받아서,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기 때문에, 실질적인 창업이라 보는 것이다. 그런데 이 회사가 처음 만든 것은 놀랍게도 턴테이블이었다. 오늘날 스피커, 그것도 최첨단 소재와 테크놀로지를 사용하는 제품을 만드는 메이커로 알려진 것에 비하면 다소 의외이긴 하다. 그러나 이 초창기 시절을 이해하면 할수록, 오늘날의 WB가 어떤 기반으로 성장했는지 알기가 쉬워진다. 역시 역사라는 것은 절대로 간과할 수 없는 요소인 셈이다.

이어서 91년도에는 전세계 최초로 카본 파이버 소재의 톤암도 나왔다. 너무나 심플하고 아름다운 이 자태에 반한 이들도 많았지만, 시장에서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하지만 시대가 한참 지난 요즘, 오히려 중고 마켓에서 큰 인기라 하니, 세상은 참 요지경속이다. 

아무튼 이 시점에서 WB는 카본 소재의 우수성을 깨닫고, 이를 오디오와 접목시키려 부단히 노력했다. 그러다 1994년 무렵 D.T.I.라는 기관에서 펀드를 한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스피커 연구에 들어간다. 의외로 스피커도 진동에 취약하고, 정재파나 판사파의 영향도 많이 받는다. 턴테이블을 만들고, 카본을 다루고 하면서 쌓인 노하우가 놀랍게도 스피커 분야에서 꽃피게 된 것이다.

사실 WB의 제품들은 무척 복잡한 이론적 배경의 첨단의 소재가 들어가기 때문에, 사이즈는 작아도 의외로 퍼포먼스가 높고, 가격도 꽤 나간다. 과연 이런 WB의 매력을 일반 애호가들이 즐길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나온 것이 바로 스퀘어 시리즈인 것이다.

이래서 전체 시리즈를 일별해보면, 본 기는 일종의 플래그쉽으로, 감히 해비급이라 칭할 수 있겠다. 물론 다른 거창한 스피커들이 많은 요즘, 이런 사이즈 갖고 해비급 운운하면 좀 뭐한 감이 있지만, 본 시리즈만 놓고 보면 감히 해비급이라 칭할 만하다.

그럼 중간에 해당하는 쓰리의 경우, 자연스럽게 미들급에 포진한다. 실제로 쓰리를 들어보면 그 튜닝의 포인트가 절묘해서, 어떻게 이런 밸런스를 끌어낼 수 있을까 연신 탄복하게 된다. 당연히 원과 투는 경량급으로, 특히 원의 경우 플라이급 정도임에도 강력한 펀치력을 가진 멕시컨 복서를 연상케 한다. 이렇게 다양한 개성으로 쓰임새에 따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어쨌건 본 시리즈의 최대 장점이 아닐까 싶다.

특히, 카디널을 정점으로 하는 복잡하면서 정교한 기술력은, 종래의 모든 스피커 제조 상식을 뛰어넘은 부분도 있다. 바로 이런 기술력을 보다 현실화한 것이 스퀘어 시리즈 2다. 역시 전작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개선이 이뤄진 만큼, 총 다섯 종으로 구성된 이 시리즈의 존재는 뭔가 특필할 만하다. 

본 기를 전면에서 보면 크게 두 파트로 구분할 수 있다. 상단에 3개의 유닛이 촘촘히 박힌 부분과 그 밑 부분으로 말이다. 일단 하부만 살펴보면, 그 안이 텅 비어 있는 진공 상태가 아님을 먼저 알아야 한다. 이것은 일종의 아이소배릭 방식으로 해서, 아주 특별한 방법으로 저역을 만들고 있다.

이 대목에서 우선 T자형으로 만들어진 알루미늄 베이스부터 살펴봐야 한다. 얼핏 보기엔 스피커의 인클로저를 똑바로 세우는 역할 정도만 할 것이라 생각할 만하다. 그런데 그 T자형의 중앙에 바로 170mm 구경의 베이스 유닛이 박혀 있다고 말하면 의아할 것이다. 다 이유가 있다. 그런데 그 뿐이 아니다. 바로 그 위에, 그러니까 인클로저의 아랫부분의 통에 또 하나의 드라이버가 역시 밑을 향해 박혀 있다. 즉, 두 개의 베이스 유닛이 밑을 향해 장착되어 있는 것이다.

우선 트위터 밑에 있는 미드레인지를 보자. 이것은 전형적인 베이스 리플렉스 방식의 챔버 안에 수납되어 있다. 그러므로 포트를 통해 음이 뒤로 빠진다.

반면 상단에 있는 미드레인지는 패시브 라디에이터와 연결되어 있다. 그러므로 일종의 밀폐형과 같은 성격을 띤다. 글쎄, 한 번 상상해보자. 이렇게 베이스 리플렉스와 밀폐형이 하나의 스피커에 함께 동작하는 경우를 본 일이 있는가? 그런데 이 또한 SF 소설이 아니다.

결국 트로이카는 총 3개의 챔버로 구분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제일 상단의 챔버는, 다이내믹스의 증가를 위해 특별히 라디에이터를 설치했으므로, 아무래도 단단한 내부 구성을 취해야 한다. 그래서 벽 안쪽에 카본 파이버로 된 날개 같은 것을 부착시켰다. 당연히 골조 공사를 한 건물처럼 튼튼해지는 것은 물론이다. 뭐 약간 골치 아픈 이야기지만, 본 기의 유니크한 설계를 이해하려면 어쩔 수 없다. 이래서 본 기는 아래는 34Hz까지 떨어지고, 위로는 24KHz까지 뻗는다. 즉, 이만한 사이즈의 스피커가 통상 커버할 수 있는 대역보다 훨씬 넓게 담당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감히 해비급이라 칭한 것이 아주 과장은 아닌 셈이다.

개인적으로 본 기를 좋게 본 것은, 유닛 자체가 요구하는 용적을 충분히 주면서 최상의 방식으로 마무리했기 때문에, 역으로 크로스 오버가 개재할 부분이 적다는 점이다. 따라서 1차 오더로 간단히 주파수 커팅만 했을 뿐으로, 덕분에 적은 수의 부품을 투입하되, 개당 퀄리티를 최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점도 짚고 넘어갈 만하다. 어쨌든 크로스 오버 포인트는 500Hz와 5KHz인 바, 이 경우 미드레인지에서 상당한 음성 신호를 다루고 있다는 부분도 짚고 넘어갈 만하다. 

사실 따지고 보면 본 기에 투입된 기술력은 최상급기 카디널에서 배양된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투입된 복잡다양한 방법론은 오로지 본 기에만 적용되고 있다. 그만큼 스퀘어 시리즈의 플래그쉽이라는 위치를 충분히 인정하고 있다는 뜻도 된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오디오넷의 제품들이 크게 활약했다. 프리 1 G3와 앰프 1 V2의 컴비에 아트 G3 CDP의 구성이다. 당연히 

본 기의 성능을 최대한 발휘하는 데에 전혀 무리가 없었다. 참고로 시청 트랙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베를리오즈 : 환상 교향곡 중 행진 : 정 명훈 지휘
Berlioz - Symphonie Fantastique, Dutilleux:: Metaboles

베를리오즈 역시 본 기의 장점이 잘 드러난다. 이를테면 초반에 큰 북을 치면서 점차 분위기를 고조시킨다거나, 다양한 악기들이 여기저기 폭죽이 폭발하듯 나타나는 대목 등엔 뭔가 극적인 면이 있다. 튜바와 같은 저역 악기의 존재감도 생생하다. 재생 대역도 넓고, 악기들의 실재감도 농후하며, 전체 스케일도 넉넉하다. 그러나 투가 묘사하는, 약간은 관능적이고, 묘한 음색은 그 자체로도 쾌감을 준다. 니어필드 리스닝을 실천하는 분들이라면 투가 묘사하는 정교치밀한 세계가 매력적으로 다가올 듯싶다.

니키 패롯 : Dark Eyes
Nicki Parrott - Black Coffee

니키 패롯의 연주와 노래에는, 약간 녹음이 어수선한 감이 있다. 덕분에 잘못하면 베이스가 지나치게 두드러질 수도 있고, 드럼의 여러 북들이 멋대로 여기저기에 늘어설 수도 있다. 일단 그런 부분이 잘 정돈되어, 제자리를 지키는 모습이 좋게 들어온다. 과거 줄리 런던을 연상케 하는 패롯의 보컬엔 묘한 노스탤지어가 있는데, 물론 이런 부분을 놓치지 않는다. 박력 넘치는 드럼과 베이스를 배경으로, 명랑하게 활개 치는 피아노의 솔로도 감칠 맛이 나고, 테너 색스의 호방한 모습은 한껏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이런 여러 요소가 잘 어우러진 재생은 본 기의 특별한 퍼포먼스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