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역사나 문화가 회귀하고 순환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상물은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하이파이 기기들은 굳이 오디오파일이 아니더라도 음악을 가까이 해온 인류의 모습이 집약되어 있는 대표적인 지표제품이다. 과학기술과 문화변경이 민감하게 반영되어 온 생활용품이라는 점에서 악기와 성격을 달리한다. 

CD시장의 위축과 디지털 파일 재생의 양적 확산이 맞물리면서 하이파이 시장에는 독특한 카테고리가 생겨났다. 사실상 새로운 형태의 음반이 없는 상태가 되자, 제품의 사이즈는 혁신적으로 줄어들 수 있게 되었고 제품을 디자인하기에 따라서는 기존 아날로그와 디지털 음반을 모두 재생할 수 있도록 기획을 할 수도 있게 되었다. 

마침 디지털 증폭 기술까지 가세하면서 이 현상은 하이파이의 새로운 트렌드가 되었으며 외형상 유사해 보이는 기존의 미니 포터블과는 구분이 되는 신개념의 하이엔드 통합시스템으로 차별화된다. 이러한 새 트렌드는 하이엔드 전 부문에 걸쳐 기존 제조사들에게 크고 작은 영감을 주었으며 소스기기, 앰프, 스피커 등 각 전문분야의 스타일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통합 시스템이 출현하게 되었다. 

 

오디오파일들에게 알려진 바, ’루악(Ruark)’은 80년대 중반 스피커 전문 브랜드로 출범했다. 런던 동쪽 자동차로 약 40분 거리에 있는 레일리(Rayleigh)에서 설립된 루악은 2000년에 이르러 플래그쉽 ‘엑스칼리버’를 출시하면서 정점에 이르기까지 90년대 영국 스피커의 새로운 조류를 창안한 바 있다. 설립 이래 거의 매년 신기종을 출시하며 사이즈가 큰 유닛부터 역으로 배치하는 구성 등 일반 스피커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독특한 디자인과 핵이 깊은 중저역 울림을 구사하는 특유의 스타일로 추종그룹이 생겨났고 크루세이더, 이퀴녹스 등 스테디셀러들의 업버전 제작이 진행되어 왔다.

엑스칼리버를 기점으로 ‘루악’은 설립자 브라이언 오 루크(Brian O’Rouke)의 아들 앨런에게 경영권이 공식적으로 승계되었으며 그로부터 4년째가 되어 ‘루악’은 극적인 전환을 하게된다. 새로운 사업부문은 뜻밖에도 포터블 미니오디오였다. 스피커 전문 브랜드에 의한 이런 기획은 그 구현방식에 따라 의미있는 수확을 거두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DAB(디지털 라디오 방송) 사업의 성과가 확인되기 시작한 영국와 유럽시장을 놓고 패권을 다툴만한 가치가 충분했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처녀작인 R1은 영국의 하이파이 시장에서 ‘DAB라디오의 애스턴 마틴’이라는 칭송을 받으며 화려한 데뷔에 성공했다. 이 제품은 R2로의 확장을 거쳐 2008년 최초의 스테레오 제품인 R4로 발전하게 되었다.

사업방향 자체가 완전히 다른 이 제품들을 기존 ‘루악’ 스피커의 이미지와 구분하기 위해 ‘비타오디오(Vita Audio)’라는 브랜드로 출시되었다. 이 때까지는 기존 루악 스피커의 활동이 여전히 왕성하던 시점이었다는 이유도 있었다. 하지만, 2012년이 되어 이 제품들의 브랜드는 다시 ‘루악 오디오’라는 타이틀로 변경하면서 ‘루악’은 스피커와 포터블 오디오의 통합브랜드가 되었다. 물론 모회사인 ‘루악 어쿠스틱스’의 스피커 제조활동은 멈추지 않지만, 이에 따라 약 30년간에 걸쳐 특유의 기사도와 검으로 상징되었던 ‘루악’의 이미지는 모던하고 세련미 넘치는 런던신사의 풍미를 갖추게 되었다. 

 

‘R’(Ruark의 이니셜)시리즈는 심플한 한 자리 숫자를 붙여 제품명을 지정하고 있으며, 디지털 수신 라디오라 칭하던 R1에서 시작된 라인업은 현재 스탠드거치형 전축스타일의 R7까지 와 있다. 루악에서는 이 통합 플레잉 시스템에 IMS(Integrated Music System)라는 명칭을 부여하고 있다. 미니 오디오, 디자인 오디오, 포터블 시스템, 올-인-원 플레이어, 컴팩트 스테레오 시스템, 도킹 스테이션 등 딱히 통일된 명칭 없이 다양하게 불리어 온 이 카테고리에는 루악 고유의 제품 칼라와 품질에 걸맞는 개념이 필요했을 것이며, IMS는 자사제품의 영역을 포괄시킨 적절한 표현으로 보인다.

인티그레이티드 시스템이라는 표현에 걸맞는 대부분의 음악 소스 입력을 하나의 바디에 제공하고 있다. 전면에 보이는 CDP 슬롯이 우선 명쾌하게 눈에 들어오며, 전용 안테나를 통해 아날로그 수신은 물론 DAB, DAB+까지 수신이 가능하다. 처음 제품을 풀고 시간입력을 하려 했는데 지원이 되지 않는 이유가 아직 DAB 수신 지역으로 코드처리가 되지 않아서 인 듯 싶은데, 이에 따라 DAB 수신 품질체크를 해보지 못했다.

USB-A 입력을 지원해서 전용하드디스크나 메모리 스틱으로 간단히 파일을 플레이할 수 있다. 광입력 및 언밸런스 입출력을 제공하고 있으며 전면 패널을 통해 헤드폰 출력을 할 수 있다. 헤드폰 단자 바로 옆에 있는 아날로그 입력으로 핸드폰이나 태블릿을 유선 입력할 수 있기도 하지만, 유선 전송 이외에도 apt-X 포맷 블루투스 입력을 지원한다.

 

R4 mk3는 DAB 수신기로 개발된 동사의 R2에 CD 플레이 기능을 포함한 디지털 인터페이스 기능을 추가한 제품이다. 최초의 R4와 거의 동일한 모습을 하고 있어 보이는 R4 mk3는 버전 3까지 업그레이드 되는 동안 생각보다 다양한 변화를 거쳐왔다. 예를 들어 애플기기 전용 인터페이스를 갖추었던 R4i의 경우 상단에 도킹 포트를 갖춘 디자인을 하고 있었으며, 그 앞쪽에 배치된 조그셔틀 모양의 RotoDial 은 분리해서 리모콘으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되기도 했었다. 

디자인 측면에서 mk3가 되면서의 가장 큰 변화는 상단과 측면에 걸리적 거리는 게 없도록 한 것이다. 전면패널에 있던 USB-A 입력도 뒤패널로 이동시켰고, i 버전에 있던 상단의 도킹포트도 사라졌다. 리모콘을 별도로 제공하는 대신, 상단의 조그셔틀은 붙박이가 되었다. 제품 바닥에 있는 서브우퍼의 볼륨을 조절할 수 있었던 것도 사라졌다.

 

특이한 것은 서브우퍼의 위치도 우측에서 좌측으로 이동한 사실이다. 그러니까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와 서로 위치가 바뀌었다. 추측컨대 이런 배치는 출력단의 위치를 캐비닛의 왼쪽으로 이동하면서 생긴 일로 보이며 입력단과는 거리가 멀어졌고 전원부와는 가까와진 결과가 되었다. 전면패널의 헤드폰 출력도 왼편으로 이동한 것 또한 그런 배경이 있는 것이 아닐까 짐작된다. 그리 쉽게 결정할 만한 사안이 아니었을 것으로 보이는 이런 소소한 부분까지의 선택적 변경 작업은 대부분 음질적인 집중을 위한 고려로 보인다. 

 

R4 mk3의 전원을 연결하고 조작을 시작해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빛의 속도 만큼 신속하다는 점이다. 소스 선택 전환과 그에 따라 텍스트가 뿌려지는 속도, CD를 슬롯에 넣은 후의 로딩 속도도 신속하다. 뭔가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기억이 별로 없다. 버전2로부터 업그레이드 되었다고만 설명하고 있는 CD 픽업 메커니즘이 어떤 회사의 제품인지 궁금했지만 확인할 수는 없었다. 도트매트릭스 방식의 OLED 디스플레이는 대비가 뛰어나서 가독성이 좋기도 했지만 시각적으로 흰 색 전면패널, 짙은 스피커 그릴 등과 조화되어 생동감 있는 아름다움을 준다. 

좌우 스피커는 3.5인치 구경의 싱글유닛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제품의 바닥에는 5인치 구경의 서브우퍼가 부착되어 베이스 리플렉스 방식으로 작동한다. 현재는 우퍼의 역할이 낮은 대역의 양감에 주로 기여를 하고 있다고 볼 때, 향후 동일 컨셉 하에 제품의 사이즈를 조금 늘려 좌우 독립된 우퍼를 가진 2웨이 구성을 하게 된다면 본 제품은 또 한 번 큰 변신을 맞이하게 될 것 같다.

 

종종 이런 제품을 미니오디오로 크게 분류한 시각으로는 진지한 시청이 이루어지기 어려웠다. 오디오파일들 일 수록 이 부문의 제품에 대해 깊고 굵은 선을 그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제품에 대한 시청기 또한 기능과 편의성 디자인에 대한 설명에 비중을 두는 경우가 주류였다고 보인다. 그래서 이 제품은 일반 하이엔드 제품의 시청과 같은 방식을 통해서 주로 음질에 대한 리포트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고 판단되며 약 일주일간 시청을 해본 이후 상당 부분은 그런 시도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무엇보다 R4 mk3를 통한 사운드품질은 딱 그 사이즈에 맞는 스피커를 듣고 있다고 보면 대략 맞을 것으로 보인다. 키가 크지 않고 좌우 방향으로 길게 제작된 본 제품의 특성상 스페이징의 사이즈는 기대할 수 없었으나 귀 높이를 스피커 맞추고 시청하게 되면 상당한 수준의 스테이징이 입체적으로 그려진다. 

Philippe Herrewegh - Domine Deus

Bach: Mass in B Minor
헤레베헤가 콜레기움 보칼레를 지휘한 B단조 미사 중 ‘Domine Deus’를 들어보니 유사한 시점에 시청했던 NAD앰프와 프로악의 조합이 떠올랐다. 이 조합을 사이즈만 축소한다면 이런 소리가 나오지 않을까 싶은 미니어춰의 정교함이다. 듀엣의 발성 장면이 구체적이고 입체적으로 잘 떠오른다. 샤프한 정도까지라고 할 수는 없으나 외곽의 경계면도 잘 느껴지는 편이다. 도입부 현악기의 빠른 풋웍으로 생기 있는 울림이 되었다. 대역이 생각보다 넓게 그려져서 수준급의 마이크로 다이나믹스가 느껴지며 현악기에서 적당히 살집이 느껴져서 정교한 맛은 덜하지만 밋밋하지 않고 작은 굴곡까지 느끼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이 부분은 마이스키, 아르헤리치 커플의 ‘아르페지오네’ 도입부에서 좀더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첼로 솔로가 되자 서정적인 분위기가 좀더 고조되었다. 투명하고 좀더 사실적인 울림의 느낌을 준다.

 

Kun-Woo Paik - Waldstein

Beethoven: Piano Sonatas
2.1채널을 특징으로 하는 다이나믹스는 R4 mk3의 눈에 띄는 장점 중의 하나가 된다. 낮은 대역에서 반복되는 곡을 들어보면 밀도감이 높다거나 할 수는 없지만 꽤나 탄력있는 베이스가 느껴진다. 백건우가 연주하는 베토벤의 ‘발트쉬타인’ 1악장 도입부의 연타에서는 탄력이 분명해서 묘한 긴장감을 연출한다.
짧은 순간의 신속한 동작의 뒤로 하모닉스도 작고 짧게 느껴져서 이 제품의 스피커 품질에 대해 잠시 다시 환기를 시켜본다. ‘루악’ 스피커의 스타일이 내려와 있다. 캐비닛도 이 정도의 다이나믹스를 연출할 만큼의 품질로 제작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제품 고유의 힘과 순발력이 잘 느껴지는 연주이다.

 

Herbert Von Karajan - Ein Deutsches Requiem

Brahms: Ein Deutsches Requiem
이 제품의 놀라운 발견 중의 하나가 뛰어난 내입력이었다. 예를 들어 브람스의 ‘독일레퀴엠’은 호기심 차원에서 시청해 본 곡이었는데, 대역과 스테이징이 부족하다면 부족할까 클래식 대편성의 해상도가 이 정도만 된다면 수준급의 스피커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카라얀이 베를린 필을 지휘한 ‘독일 레퀴엠’에서의 코러스 투티 부분은 무서울 정도의 기세를 들려준다. 음압의 에너지도 이 부분을 표현하는 데 그다지 부족하거나 어색하지 않다. 팀파니의 다이나믹스와 타격 이후의 울림도 상당히 잘 들린다. 스테이징, 그리고 베이스에서의 해상도가 메인 스피커와 앰프의 조합에 비하면 다소 열세일 수 밖에 없지만 이 사이즈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다이나믹스가 밸런스를 갖추고 들려온다는 건 기특함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이외에도 상당히 많은 곡을 시청해 보았다. 상기와 같은 시청용 곡들 이외의 곡들은 그리 부족함이 없는 음질로 명쾌하게 원래의 음원을 시청할 수 있었다. 음원의 품질을 열거하기보다는 일주일 동안 시청의 기분이 매우 유쾌했다는 사실로 시청평을 대신하는 게 오히려 구체적인 설명이 되지 않을까 싶다. 특정 장르에 치우친다거나 어느 곡을 소화 못한다거나 하는 제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R4 mk3는 필자에게 음악을 즐기는 간편한 방법에 대해 새삼 일깨워주었다. 캐주얼한 마음가짐으로 소녀기대의 곡을 시청할 수도, 켈리 클락슨을 들을 수도,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와 바하의 칸타타를 들을 수도 있는 제품이다. 특히 제품 시청을 하는 경우에 있어서 뭐와 뭐를 조합해서 프리히팅을 하고 케이블을 뭐를 쓰고 하는 오디오파일의 고질적인 습관을 잠시 잊게 해주었는데, 그 느낌이 허망하지가 않다. 각별한 존재감이 있는 제품이다. 

R4 mk3 출시 기념 사은 이벤트

루악의 공식 수입사인 델핀에서 이번 R4 mk3의 출시를 기념하여 대규모 사은 이벤트도 진행한다. 내용은 R4 mk3를 예약 구매하는 고객 200분에 한해 서울 리츠칼튼 호텔 1일 숙박권(35만원 상당, 호텔 내 휘트니스, 수영장 포함)을 제공한다. 8월 중순까지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하니 R4를 구입할 예정이 있다면 더운 여름날 좋은 선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Specification
Superb sound quality with 3D enhanced stereo sound	Slot loading CD player plays CD-Audio, MP3, AAC and WMA music disks
DAB, DAB+ and FM Tuner with RDS	Bluetooth with aptX for CD quality streaming
USB playback & Charge port plays MP3, AAC and WMA files	Switchable auxiliary inputs
Digital optical input	Integrated active subwoofer
New intuitive ‘click to select’ RotoDial control system	High contrast OLED display
Compact custom remote control	Adjustable treble and bass settings
Stereo headphone output	Easy-to-use comprehensive dual alarms
Finishes: Rich Walnut veneer, Soft White and Soft Black lacquers	Dimensions H140 x W440 x D250mm
Weight: 7 Kg

ruark audio R4 mk3 IMS
수입사	델핀
수입사 연락처	02-2678-3096
수입사 홈페이지	www.delf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