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ICLUB, High-end Internet

오승영

실물을 보면 생각보다 슬림하고 반듯하며, 고급스럽고 치밀한 마감이 공들여 만들었다는 느낌을 충분히 준다. 소리를 들어보면 이 가녀린 사이즈에서 짐작이 되지 않는 장대한 무대와 음의 정보들이 거침없이 쏟아져 나온다. PMC에 연예인기질이 있다면 이 사이즈에서 가장 최적화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처음 시청하는 경우일 수록 쉽게 매료될만한 자질을 갖고 있다. 영국스피커 고유의 통울림이라는 흔적을 의식적으로 반영하면서 스튜디오용 모니터로서의 정확한 음색을 내기 위한 접합점을 잘 찾아낸 브랜드답게 영미절충형의 스타일을 보인다. 깊고 풍성한 저역은 고유의 ATL방식 트랜스미션 구조를 통해 구현되어 질과 양을 동시에 얻는 데 효율적인 방식으로 정착했다.

팩트시리즈부터 적용시킨 바, 본 제품 또한 영국 국립 물리 연구소(NPL)에서의 테스트를 통해 잔향특성을 새롭게 설계했다. 이전 제품들보다 좀더 정확하면서도 건조하거나 강성의 모니터 이미지보다는 가정용으로의 사용에 좀더 최적화된 보편적인 음색을 제공하며 보다 쉽고 명쾌하게 드라마틱한 감동을 선사한다. 시어즈사의 최상위 등급 특주유닛 ‘소노멕스’를 사용해서 20주년 애니버서리 라인업이었던 하위모델 Twenty 시리즈와 차별화하고 있다. 고급 부품의 선별사용과 고밀도 섬유글라스, 상하대역을 3단계로 조정할 수 있어 공간이나 취향에 따른 커스터마이징을 제공하고 있으나 팩트12의 경험으로 보아 특이한 공간이 아니라면 디폴트상태로 시청하는 게 바람직하다.

 

대역의 차이가 분명히 존재하기는 하지만, 팩트 3에서는 상급기와 그리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울 만큼 대형기의 골격과 스테이징이 그려진다. 시원스러운 스트록과 강렬한 한 방을 호쾌하게 날릴 줄도 알고 전 대역이 빠른 속도로 움직여서 능수능란하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또한 어느 장르를 부여해도 장르특성이 유별나다거나 편중되지 않다는 점 또한 이 제품을 빛나게 한다.

‘Way Down Deep’에서의 베이스는 시청한 제품 중에서 가장 깊이 내려가고 풍성하다. 이 정도의 양감은 스탠드 위에 올려놓은 스피커에서 나오기 어려운 분량이다. 드라마틱한 슬램을 잘 표현하는 특유의 스트레이트한 드라이브가 상급기와 똑같은 스타일로 재현된다. 무대를 크게 잡으면서 음상은 상대적으로 컴팩트하게 그려진다. 보컬의 사이즈는 시청 스피커 중에서 작은 편에 속한다. 그런 구름같은 베이스 속에서도 스트링의 태핑과 코드 변화가 마치 노이즈 캔슬링이라도 한 마냥 귀에 선명하게 들어온다. 에너지의 변화와 미세한 음량변화, 바이브레이션 등의 순간을 빈틈없이 포착하는 모습도 장점이다. 전반적으로 고역은 낭랑하고 베이스는 위력적인 소리를 들려주었다.

Oscar Peterson Trio - We Get Requests
‘You Look Good To Me’에서의 베이스 또한 드라마틱하게 들려준다. 짧고 빠른 패시지에서도 다이나믹스의 편차를 선명하게 대비시켜 주는 장면이 특히 귀에 들어왔는데, 원래는 대역별 위상이 다소 불일치할 수도 있는 두 대역을 일체감있고 스피디하게 연출한다. 슬림한 디자인과 소구경 우퍼를 더블로 구성한 효과로 보인다. 차임벨과 피아노는 선명하고 정밀한 울림을 유지하면서 큰 스테이징과 스트록, 파워핸들링은 시종 위력있게 발휘되어 마치 위상을 정확히 맞춘 멀티 캐비닛 방식의 스피커를 듣는 듯 했다.

‘열정’ 3악장 또한 큰 스트록과 화려한 울림이 주도한다. 위력적이고 큰 파워핸들링으로 휘몰아가며 고역은 맑게 울려서 속주에서도 새김이 분명한 느낌을 준다. 스테이징도 크고 깊으며 입체적으로 잘 그려진다. 다만 부분적으로 부스팅이 일어나는 구간이 있어서 순간 고역이 마스킹되는 경우도 있었는데, 명쾌하고 이 곡 특유의 격정적 뉘앙스를 매크로적으로 잘 표현하는 데 비해서 정교하고 미세한 순간들이 좀더 적극적으로 살아났으면 싶을 때가 있었다. 

‘Cum Sancto Spiritu’의 활기찬 분위기는 팩트 3와 잘 어울린다. 큰 사이즈의 스피커로 듣는 듯한 규모 감 속에서 이 곡이 갖는 버라이어티를 여유롭고 스피디하게 잘 몰아간다. 스테이징을 크고 세세히 적극적으로 표현하며 에너지의 변화가 촘촘한 간격으로 약화되고 강화되는 묘사가 구체적이다. 코러스와 현악합주의 맑고 깨끗한 음색, 홀을 울리며 사라지는 그라데이션의 느낌도 적절해서 엄숙한 분위기를 잘 만들어 냈다. 이 곡에서도 팀파니의 끝에 부스팅의 느낌을 남기곤 하지만 기본적으로 해상도와 분해력이 뛰어나서 크게 의식되지 않는다.